2014년 9월 21일 일요일

연애초보님들의 필수 교본 '500일의 섬머'

<Yes, this is not a love story.>

예전, 글쓴이가 결혼에 대한 순진무구한 환상을 가지고 있을 파릇파릇한 나이였을 때, 결혼을 하신 직장상사분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나 :"언제 '아 이남자와 결혼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드셨나요?"

상사 :"이 남자와 결혼을 해야겠다가 아니라, 결혼할 수 있을 타이밍에 만난 사람이 이사람이어서 결혼한것 같아"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는가?

바로 타이밍에 대해 이야기하고자한다.

연애에서 타이밍이란 정말 너무너무 중요하지만, 수학공식처럼 a=b라는 정답도 없다.

특히나 이 타이밍은 여성분들의 제6감으로 재는 것이기 때문에 남자들은 더 힘들어한다.

내가 느낀 '500일의 섬머'는 이 타이밍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연애초보남 tom의 성장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로맨스영화는 아니다. 잘 안되었으니깐!!!!)
글쓴이의 어줍잖은 식스 센스를 기준으로 봤을 때, 남주인공 tom은 몇번의 이 타이밍을 놓쳤고 그로 인해 summer의 최종 마음의 문을 여는 데 실패한 것이라 본다.


<안타까운 탄식1편.jpg>

첫번 째 신호, 엘레베이터 안
Summer가 먼저 노래에 대해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말문을 텃고 이는 냉랭하게 대꾸조차 안한 기타 다른 남정네와 엄격히 차별화된 신호였다. 내가 안타까운 것은 그 신호를 알아채고 '아하, 이 여자가 나한테 관심이 <쥐꼬리만큼이라도> 있구나! 나도 대쉬해볼까?' 처럼 해석했느냐 못했느냐의 가타부타가 아닌, 적어도 같은 취미나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람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이라도 제대로 표현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점이다. 혼자 '대박.대박'이라고 중얼거리기 전에 말이다.



<저렇게 물어보게 한 것 자체가 이미 넌 늦은겨>
두 번 째 신호, 회식
아마 감독도 노렸을 것이다. 남주인공의 열창모습을 여주인공의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연출을 말이다. 그렇다! 이미 summer는 tom에게 호감이 있다. 여자는 절대 어설픈 호감으로 남자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같은 테이블로 온 summer는 이미 '빨리 들이대란 말이다 멍청아'라고 포스트잇에다 써 놓고 이마에 붙인 격인 것이다. 거기다 '정말 날 좋아해?'라고 스스로 장판을 깔아주시는 여주인공을 또 매몰차게 걷어 차 주시고는 결국 여자쪽에서 키스를 하게 해버린다.(그것도 한 십여일 후에나 말이다)

사실 이 부분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

차라리 솔직하게, tom이
'사실은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라고 용기있게 말했었더라면, 한창 좋을 때 summer가 말했던 '난 심각한 사이는 부담스러워'라는 말이 그 회식자리에서 나왔을 것이고, 좀 더 부드러운 출발이 되었을텐데 말이다.


<nuclear launch detected>
세번 째 신호, 영화 '졸업'
둘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여주인공이 운 이유는 '졸업'의 주인공 때문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졸업'의 장면은, 졸업의 남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의 결혼식에 난입하여 신부의 손을 잡고 도주한 뒤 택시에 타서 환호하는 장면이다.

졸업의 남주인공(더스틴 호프만)과 tom의 차이점은 'Yes'와 'No'이다.


생각해봐라.

아무리 내가 사랑하고 원하는 여자가 모종의 이유로 인해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그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대놓고 빼내올 수 있는가?
그 누구가 현실적으로 yes라 할 수 있는가.
여기서 '졸업'의 주인공은 yes를 선택하고 신부와 택시 안에서 환호하는 것이다.
반면, 자신의 취향존중(링고스타)도 안해줄 뿐더러 술집에서 치근덕대는 남자도 제대로 커트 안해주는 사람이 과연 저런 상황에서 나에게 다가와 줄까?
Summer는 tom이 그러지 않을 걸 알기에 그 장면에 감동하면서 영화관 밖에서도 울음을 떠뜨린 것이다.

사실, 여자친구가 우는 것은 굳이 비교하자면 암이 3기에 발견된 것이고, 일본이 3:0으로 앞서 나가며 종료 10분을 남겨놓은 월드컵이며, 소환사의 협곡에서 바론남작을 앞에 두고 펜타킬을 내 준 팀이다. 즉 많이  늦었다는 뜻과 같다. 적어도 tom은 왜 울었는지 적어도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물어봤었어야 한다.


이렇게 써 놓으면 참 대놓고 하는 편애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을 수 없지만, 어쩌겠냐 남자들이여. 

일일히 설명해주지 않은 summer를 뭐라 할 수는 없다. 왜? 그런 설명을 해주는 여자는 없단 말이다.
알기쉽게 써져있는 200페이지짜리 여자친구 사용설명서를 얻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씀.
200페이지로 끝난다면 좋겠지만서도....

아. 추신. 이 모든 건 영화가 끝난 후 천천히 곱씹어 봤을 때 생각해 낸 것들임. 즉, 나도 tom처럼 했을 거란 말임.

2014년 9월 4일 목요일

남들이 로맨틱 코미디라 하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사실, 영화에서는 대사 '없는' 명장면도 있지만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난 좋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필히 인터넷으로 전문 리뷰어들의 글을 보곤 한다.

'내가 느낀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관점으로 영화를 봤을까?'
'전문가들은 내가 좋다고 본 장면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하면서 말이다.

분명 이 영화는 틀에 박힌 로맨스영화의 결말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 전 과정은 분명 로맨스영화는 아니였다.

어쩌면 주인공인 팻처럼 남들과는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이 영화를 로맨틱 코미디로 여길 수 없었던 것 같다.

그의 시선과 일련의 행동들은 그의 세계 안에서

정당하고/타당하며/올바른 것이기에

그의 조금은 과격한 행동거지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옆에서 태클을 자꾸 걸어대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삶에도 결국은 원하는 것이 생기게 되고, 이를 위해서 변화가 있게 된다.
이 변화는 바로 조율. 타인과의 진심어린 조율이다.

그렇다. 조율 드라마이다.
다시 말해 사회에서의 '양보'를 배우는 단계라고나 할까.
그것도 매우 진실된 양보말이다.

그런 의미에서의 티파니라는 여자 주인공은 최적의 파트너였다.

왜냐. 그녀는 그와 같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한 양보없는 굳은 심지의 소유자.
솔직한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가식없는 강인한 여성.

그 둘의 첫 모습은 티격태격으로 포장되어 있는 '부정'이었다.

'난 이남자와 달라'
'난 너처럼 막하지는 않아'

분명 가슴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은 너도 나와 같다'라고.
그런 과정에서 서로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조율하기 시작한다.

 
<바로 이런 형태로 말이다>

아마도, 이 둘의 로맨스는 처음 친구집에서의 저녁시간이 시발점이었을 것이다.
춤은 단지 그것을 강화시키고 확신하게 해주는 역할이었을테고 말이다.
또한 이 춤은 결과적으로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흡족한 결과물을 가져다 주는데
지대한 역할을 해 주었다.

<애틋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전혀 아님>

영화에 대한 최고의 칭찬은 '흐믓한 웃음(또는 진지한 고뇌)과 함께 엔딩크레딧의 필름제공사 로고마저도 봤다' 라고 생각한다. 

여운의 맛. 생각하게 하는 맛. 이것이 영화의 참된 감상의 맛이 아닐까.

나에게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업체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에게 블로그를 시작하게끔 해준 고마운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덧글1. 글이 미완성인 상태에서 글을 봐 주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분명 타인을 위한 공간은 아니지만, 적어도 읽고 볼 수 있는 글 상태였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